귀국한 지 어느새 두달이 넘었다. 2월부터 3달간 포스팅을 하나도 안 했었다. 2월은 글을 안 올릴 때 방문자수와 애드센스 수익성을 테스트 해보려고 일부러 글을 안 올렸고, 3월은 다른 글을 쓰느라 바빴다. 그리고 4월부터 글을 다시 올리려고 쭉 써놨더니 이번엔 아이폰에서 사진 전송이 안 됐다. heic 변환하려는데 늘 그렇듯이 정말 사소한 일에서 자꾸 막히고 안 풀렸다. 아이폰의 heic 파일을 jpg로 컴퓨터에서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서너가지의 방법론을 사용해보다가 이제야 겨우 올린다. 사진 문제도 해결했으니 이제 인도 여행기 방출해야겠다.
Welcome to New Delhi!
2018년 1월 9일 드디어 인도 뉴델리 공항에 입성했다. 아시아나 마일리지로 저렴하고 편안하게 직항을 탈 수 있었다. 불교 성지순례를 가시는 아주머니 단체 관광객이 많았었다. 가는 동안 옆 자리에 계신 아주머니께서 계속 간식거리를 주셔서 감사했던 기억이 난다. 자다 깨면 초콜릿 먹고, 또 자다 깨면 과자 먹고.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동양철학도 전공한 사람으로서 성지순례 테마의 여행도 재밌을 것 같다.
여행은 많이 다녀봤지만 인도에 대한 워낙 안 좋은 소문이 많았어서 사실 좀 불안했다. 줌이 인도 여행 카페에서 동행 구하는 사람 많다고 해서 동행 구하는 글을 올렸었다. 마침 같은 날 비슷한 시간에 뉴델리로 입국하는 사람 두 명이 연락을 줘서 공항에서 만날 수 있었다. 먼저 도착해서 짐을 정리하는 동안 두 분이 도착을 했고, 나중엔 각자 여행을 위해 찢어졌지만 일주일 가량 함께 하면서 초기 적응도 서로 도와주고 서울에서 또 만나면서 좋은 인연이 되었다.
어디선가 종종 봤던 지하철 토큰
셋이 긴장을 팍 하면서 공항 밖으로 나갔는데, 예상과는 달리 붙잡는 택시 기사도 없고 아주 조용하고 깔끔하고 차분했다. 정말 단 한 명의 택시 기사도 우리를 붙잡지 않았다. 잉? 했지만 그래도 편안하게 공항철도를 타러 갔다. 공항철도도 정말 최신식에 깔끔했다. 자동매표기도 없고 매표창구도 하나 뿐이라 뭔가 좀 허술했지만 지금까지 방문한 여타 국가의 지하철과 별 반 차이가 없었다.
철도를 건너는 육교. 아래는 더 바글바글하다.
그리고 뉴델리역에 도착하자마자 진짜 인도를 느꼈다. 매연과 향신료과 섞인 매캐한 냄새, 사방에서 울려대는 경적과 수많은 사람들의 웅성이는 소리. 아, 인도구나 싶었다. 우선 차도를 건너는 것부터가 힘들었다. 적당히 사람이 지나가려면 차도 알아서 멈추는 게 '지금까지의 상식'이었는데 내가 앞으로 살짝 나가도 전혀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살짝으로는 안 되고 몸으로 완전 막아야 멈춘다는 걸, 그것도 박기 직전에서야 멈춘다는 걸 안 건 인도에서 며칠을 보낸 후였다. 결국 현지인이 지나갈 때 남자 셋이 뒤에 딱 붙어서 쪼로록 건너갔다.
근데 길을 건너도 문제였다. 우리가 가야하는 빠하르간지 스트릿은 분명 뉴델리역을 지나서였는데, 건너가는 길이 없었다. 아무래도 역 건물을 통과해야 하는 것 같은데 계단을 모두 군인들이 막고 있었다. 누구는 들여보내주던데 우리는 안 들여보내줬다. 유일하게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는 입구가 하나 있는데 표지판에는 티켓 소지자만 입장 가능하다고 써있었다. 그래도 다른 길이 없어서 일단 줄 섰는데 티켓은 안 보고 가방 검사만 한 후 통과시켜줬다.
인도 배낭여행자의 성지, 빠하르간지
그렇게 입성한 빠하르간지는 인도 배낭여행자의 성지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여행 물자도 구입하고, 정보도 얻고, 환전도 할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11시가 넘어서여서인지 시끌시끌하면서도 은근 사람이 없었다. 방콕의 카오산로드와도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인도의 특성상 유흥이 엄청 발달한 곳은 아니었다. 첫날은 우선 밤에 도착하기도 하니 아고다로 숙소를 예약했었는데, 인도 건축의 특성상(?) 입구 찾기도 힘들었다. 지도상으로는 이 위치인데, 저 골목으로 들어가는 게 맞는건지 확신을 할 수가 없었다. 혼자였으면 감히 못 들어갔을 것이다.
정말 오자마자 소를 봤다
숙소는 인도에 대한 딱 기대 수준이었다. 호텔임에도 불구하고 언제 빨았는지 모를 꼬질꼬질함이 물씬 느껴졌다. 다행히 나는 침낭을 갖고 왔는데 다른 두 친구는 침낭도 없었다. 그 둘은 첨에는 침대 위에 가져온 담요만 깔고 대충 자려다가 밤에 추워서 결국 더럽고 뭐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샤워기도 찬물 밖에 안 나오는 게 문제가 아니라 수압이 너무 쫄쫄쫄 나와서 씻기가 곤란했다. 결국 커다란 양동이에다가 물 받고 바가지로 뿌리면서 몸을 닦았다.
이 때도 지금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초록색 소스의 꼬치
사실 다들 생각한 건 '인도에서는 해 지면 나가지 말자'였는데 너무 배가 고파서 샤워하고 나갔다. 근데 자정이 넘은 시간이라 가게도 문을 다 닫았었다. 그나마 길에서 파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꼬치구이를 먹을 수 있었다. 닭고기일 거라 생각했는데 무언가 두부 같은 것. 나중에 안 건 빠니르라는 두부 비슷한 음식이었다. 인도의 채식주의자들이 단백질을 섭취하는 중요한 수단. 소스 맛도 희한했는데 맛이고 뭐고 그냥 배가 고프고, 먹을 것이니까 먹었다. 물도 없어서 사야했는데 인도는 파는 물도 함부로 먹지 말라 그랬다. 그래도 여기저기 많이 다녀봤는데 인도는 괜히 뭔가 생소하고 함부로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물도 쉽게 살 수 없었다. 약국에서 파는 물은 낫겠지 하고 결국 먹긴 했다.
첫날 도착 후 약 서너시간의 일인데도 쓸 말이 꽤 많다. 생소하고 불안한, 하지만 인생 최고의 여행의 서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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