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봄, 4학년 1학기를 파리에서 교환학생을 했다. 대학교 들어간 지 7년째 되는 해에 뒤늦게 간 교환학생이었다. 운 좋게도 어릴 때부터 살아보고 싶던 파리의 국립대학에서 공부를 할 기회를 얻었다. 심지어 나중에야 알았지만 경영/경제로 프랑스에서 1위로 여겨지는 학교였다. 수업이 1월부터 시작이라 2015년 12월에 출국을 했고 그 직전까지 이런저런 활동을 하던 중이었다. 나름 부지런히 준비했지만 꽤나 촉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행히 항공권, 비자 등 프랑스까지 가기까지의 문제는 생각보다 수월히 해결됐다. 하지만 간 이후가 문제였다. 집이 없었다.
파리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 호텔에서 본 풍경
나는 파리에 가서야 집을 구했다. 왜냐하면 기숙사가 없었기 때문에. 파리는 세계에서 가장 땅값 높은 동네 중 하나다. 아랍, 중국 자본 덕분에 집값은 갈 수록 높아지는 중. 참.. 모교도 땅이 없어서 기숙사를 못 짓는데 파리마저도 그렇다니. 아, 파리는 대학별로 기숙사가 있지는 않다. 사실상 파리의 모든 국립대가 하나 같은 개념이라. 하나는 아닌데 하나나 마찬가지랄까. 국가인지 시에서인지 운영하는 CROUS라는 기숙사가 있다. 이건 프랑스 전국 공통. 그리고 사설 기숙사가 있다. 즉 기숙사에 파리의 모든 대학생들이 섞여산다. 반대로 말하면 기숙사 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파리의 모든 대학생과 경쟁해야 한다. 자리가 엄청 부족하다. 나는 관련 메일이 오자마자 답장을 했지만 기숙사 배정에 실패했다고 연락이 왔다. 결국 사설 기숙사나 자취를 알아봐야 했다.
아마 이 글을 보는 사람들 대부분 파리로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를 앞두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확률적으로 나처럼 기숙사를 배정받지 못한 사람이 더 많을 수 밖에 없다. 뭐 1년 사이에 갑작 확 초대형 기숙사가 건립되었다면 모를까. 크게 변하지 않았을 테니 내 경험이랑 당시 집을 알아보면서, 그리고 살면서 얻은 몇몇 정보를 공유해보고자 한다.
거리에서 본 파리의 건물들은 참 예쁘다고들 한다.
우선 집 구하는 방법은 다른 곳에서도 정보를 많이 구할 수 있을 것 같으니 정말 개인적인 경험부터 이야기 해야겠다. 그 중에서도 제일 먼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파리 집은 최악이다.'
한국인의 기준에서 정말 최악이다. 흔히들 여행 가서 "어머 파리 너무 아름답고 건물들도 예쁘고 여기 살고 싶어라~"라고 감상평을 남긴다. 그리고 대부분 잠은 깨끗한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서 잔다. 그닥 깨끗하지 않더라도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는 다 신식 건물이다. 최소한 내부 리모델링은 마쳤다. 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그렇다. 고풍스러운 옛날 집들? 내부도 고풍스럽다. 이 고풍스럽다는 건 시각, 촉각, 후각, 청각이 합쳐지면 그냥 낡고 더러운 거다. 미각은 빼고.. 100년 이상 된 집은 내부도 100년 이상 됐다. 리모델링은 없다고 보면 된다. 본인들 살 집은 모르겠으나 세 줄 집은 안 한다. 세 줄 집인데 리모델링이 됐다고? 상상 이상의 월세다. 파리의 스튜디오(원룸이라고 보면 된다) 월세는 보통 700 유로 언저리다. 700 이하는 없고 700대가 평균이다. 우리 돈으로 100만원 가량이다. 알로까시옹(주거 보조금)이 나온다고 해도 일단 얼마가 나올 지 모르고 첫 달은 안 준다. 지급받는 데도 시간이 꽤 걸리니 못 해도 2,3달은 100만원을 현금으로 내야한다. 월세에 카드는 안 되니. 그런 집들이 내부에 들어가면 정말 놀랍다. 0을 기준으로 겉에서 우와 예뻐~ 하는 정도의 정확히 대척점에 있다. 겉이 +100만큼 이쁘면 내부는 -100이라고. 경험으로 소개하는 게 낫겠다. 좀 길어진 것 같으니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편에서. 이만큼 길게 파리 집이 최악이라고 설명한 이유는 사실 이 말을 하고 싶어서였다.
'미리 구하지 말고 가서 구해라'
사실 살 곳을 미리 안 구하고 가면 불안하다. 말도 잘 안 통하는 나라에 가서 집을 구하라고? 프랑스 사람들 영어도 잘 못 한다는데. 방도 잘 안 나온다는데. 기숙사 떨어진 것도 서러운데 걱정까지 해야되네. 계속 안 구해지면 어떡하지.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뭐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괜찮다.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해도 된다. 아무렴 길바닥에서 잘 확률보다 사진만 보고 어머 좋아 하고 계약한 집에서 기겁을 하고 나 여기서 못산다고 울 확률이 더 높다. 한국에서 파리에 미리 집을 구해서 가려면 인터넷으로 집을 사진 보고 정할 수 밖에 없다. 차라리 여자들 인스타그램 사진을 믿자. 나는 4군데의 집을 구경했다. 그 어느 하나도 빠짐없이 사진과 엄청난 괴리감을 보여줬다. 사진을 안 보여주는 집은 심지어 유령의 집 같았다. 결국 내가 구한 집도 사진으로는 엄청난 파리 최고의 럭셔리 스튜디오였다. 치안 좋고 깔끔한 15구의 번화가. 30층 짜리 고층건물. 에펠탑 걸어서 10분. 창문 옆으로 보면 에펠탑이 보이는 나름 에펠탑 뷰. 하지만 사진에 보여지지 않는 곳은 우리 관점으로 상당히 경악스럽다. 자세한 얘기들은 다음 편에서 하겠다.
결국 내가 구한 좁지만 깔끔한 방..처럼 보이지만 아니다.
쓰다보니 파리 집이 얼마나 구린가에 대해서 구구절절 늘어놓게 되었다. 하지만 최소 반년을 살 곳이기 때문에 잘 구해야 한다.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강조하는 부분이다. 보다 실용적인 팁들은 계속 포스팅을 봐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정말정말, 인터넷으로는 절대 구할 수 없는 팁이 하나 있는데 다음 편이나 다다음편에서 올리겠습니다! 어차피 지금 시기에는 급한 사람은 없을 테니.
'TRAVEL > 2016 파리 교환학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랑스] 파리 집 구하기 #2 (3) | 2017.11.0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