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파리 집 구하기 2편 포스팅이 늦어졌다. 지난 주부터 일을 구했다. 월수금만 가지만 집에 오면 왠지 피곤하다. 1일 2포스팅 하던 걸 2일 1포스팅 하게 됐다. 화목에 많이 써놓고 싶긴 하지만 일 안 간다고 노는 건 아니다. 다른 주제 포스팅도 하다보니 계속 밀리게 됐다. 결국 거진 2주 만에 쓰는 파리에서 집 구하기 2편.
파리에 도착한 첫 날, 5년 만에 다시 본 에펠탑
지난 번에는 일종의 오리엔테이션이었다. 이번도 오리엔테이션이긴 하다. 지난 번에는 주장이었다면, 이번에는 주장의 근거가 되는 내 경험담. 내가 파리에서 집을 구하는 동안 봤던 집들을 묘사할 것이다. 그리고 이게 왜 파리에 가기 전에 직접 집을 구하는 게 좋지 않은지에 대한 근거가 될 것이다.
한국에서 일요일에 인천을 떠났다. 파리에 도착하니 월요일 아침. 우선 2박은 호텔로 예약했다. 호텔에 가서 짐을 풀고 바로 노트북을 켜서 집을 알아보았다. 프랑스 실력이 유창하지 않기에 프랑스 부동산을 돌아다니는 건 우선순위를 낮췄다. 한인부동산과 교환학생을 위해 영어 홈페이지가 있는 사설 기숙사, CROUS 위주로 찾아봤다. 참고로 프랑스에서 부동산은 agence, 아정스라고 부른다. 몇 군데 메일이나 문자로 연락 보내놓고 바로 놀러나갔다.
첫날부터 자전거 타고 시내 돌아다니면서 놀았다.
결론적으로 난 월요일 아침에 파리에 도착해서 토요일 아침에 입주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빠르게 입주한 편. 사실 좀 더 여유있게 집을 구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내 집은 여러 부분에서 정말 너무 훌륭하지만, 엄청난 하자가 하나 있어 결국 평균 점수를 줄 만한 집이었다. 생각해보면 그 하자는 다른 집들보다 크게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그럼 지금부터 내가 본 집들을 얘기해보겠다.
1. 파리 5구의 스튜디오
월세, 시설, 위치 등등을 봤을 때 정말 모든 부분에서 준수한 집이었다. 이 집을 처음 본 게 아니었다면 아마 이 집을 계약하지 않았을까. 파리 5구는 파리 1존에서도 부유한 지역에 해당한다. 그만큼 치안이나 생활 편의가 좋다. 인근에는 몽쥬 약국도 있다. 나중에 알았지만 학교에서 제휴한 기숙사도 그 집 근처에 있었다. 시설도 깔끔했다. 옛날 건물이긴 했지만 관리가 잘 되어있었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점. 계단이 중앙에서 나선형으로 있어서 낯설었다. 올라가는데 상당히 어질어질 불편했다. 해리포터 그리핀도르의 기숙사 올라가는 계단을 중심으로 방들이 퍼져있는 형태의 건물. 방은 3층인가 4층이었다. 해도 잘 들어오고 바닥은 좀 특이한 바닥인데 어차피 입식 생활이니깐. 방바닥에 이불 깔고 잘 거 아니니깐 크게 상관은 없었는데 매끈한 바닥이 아니었다. 이게 설명하기 어려운데 썩 사는 데 불편하지 않지만 묘하게 불편할 것 같은 느낌. 전반적으로 중세 유럽의 방 같은 분위기였다. 그래도 방 크기는 꽤나 넓었다. 월세는 750유로. 알로까시옹을 200유로 정도라고 하면 월 550유로 정도, 약 70만원이 좀 넘는 금액이었다. 일단 그 정도 금액은 감수해야 했고, 그 이하의 집은 사실 잘 없기도 하다. 즉 제 값을 받는 평범한 방이었다. 굳이 단점이 있다면 화장실이었다. 화장실이 별도의 건축된 공간이 아니라 방 내부에 컨테이너 같은 가벽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위에는 20센치 정도 천장과의 거리가 있었고. 그 벽만을 제외하면 한국의 화장실과 유사했다. 양변기와 세면대, 샤워기. 다만 이게 첫 집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이전에 내가 파리에서 숙박했던 곳은 다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였기 때문에 이게 상당히 좋은 조건의 화장실임을 나는 몰랐다. 첫 집이니깐 더 집을 봐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첫 끗발이 좋았었다.
2. 16구의 유령의 집
이 집은 밤에 봐서 더 분위기가 나빴을 수도 있다. 낮에 봤으면 꽤나 근사한 고풍스러운 집이라고 생각했을 지도. 위치는 파리 16구였다. 학교와 굉장히 가까운 거리. 걸어갈 수도 있었다. 좀만 가면 센느강에서 에펠탑도 보이고. 하지만 도저히 못 살겠더라. 방을 내놓은 현 세입자를 만나서 방을 구경하러 갔다. 큰 대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성 같은 곳에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커다란 홀. 그리고 홀을 지나니 ㅁ자처럼 건물 사이에 있는 정원이 나왔다. 다시 따라가서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탈 건데 좁아서 한 명 씩 가야한다고 했다. 아니 얼마나 좁길래, 짐도 없는데 좀 낑겨타면 안 되나 생각이 들었다. 엘리베이터를 보니 정말 사람 한 명이 꼭 맞게 들어가는 크기였다. 살 찌면 못 탄다. 현 세입자가 먼저 올라가는데 덜컹덜컹 소리가 나는 게 꼭 들어올렸다가 툭 떨어트릴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고 안에 들어가니 꼭 관에 들어가는 느낌. 위로 올라갈 수록 캐리비안 베이의 수직으로 떨어지는 놀이기구에 탄 느낌이 났다. 이대로 엘리베이터가 퉁 떨어질 것 같은 기분. 무서웠다. 설령 이 집에 가도 엘리베이터는 타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나올 때 계단으로 내려왔는데 7층은 엄청 높았다. 방 내부도 너무 별로였다. 우선 불을 켜도 너무 음산했다. 가구도 낡고, 싱크대도 더럽고, 벽에 얼룩도 묻어있고. 낮에는 어땠을진 모르겠지만 거기서 밤이라도 보내다보면 우울증 걸릴 것 같았다. 목이 달랑달랑한 닉과 피투성이 바론이 지나갈 것 같은 인테리어. 화장실도 공용이었다. 샤워실은 주방에 간이 샤워통(?) 같은 게 있었다. 월세는 700유로대였던 걸로 기억한다. 이 집을 사느니 앞서 본 집에 가겠다고 생각하며 나왔다.
3. 15구 고층 현대식 아파트
결국 최종적으로 살게 된 집이다. 이 집은 딱 한 가지, 화장실이 방 안에 있다는 점만 제외하면 모든 점에서 최고점을 줄 수 있다. 우선 15구 Charles Michel역 바로 앞에 있었다. 바로 옆에는 모노프리 마트와 Beaugrenelle라는 대형 쇼핑몰이 있었다. 이게 별개의 건물이지만 2층 높이에서 고가 정원처럼 모든 건물이 이어져 있었다. 지하철역 바로 앞에는 스타벅스도 있었다. 걸어서 5분 거리에 한인마트 두 개가 있었고 10,15분 거리에 한 개 더 있었다. 모노프리 말고도 좀더 늦게까지 여는 까르푸 등이 있어 장보기에 매우 좋은 조건이었다. 건물은 30층 높이었다. 파리에서 제일 높은 건물. 그 일대는 그 높이의 건물들 5,6개가 모여있엇다. 센느강변에 있어서 운동하러 가기도 좋고 에펠탑까지 걸어서 10~15분 남짓이 걸렸다. 보통 에펠탑으로 갈 때 이용하는 Bir-heikem역이 Charles Michel 다음으로 가까운 역이었다. 입주하고 꽤 지나서야 알았지만 창문을 열고 옆으로 고개를 틀면 에펠탑이 보였다. 나름 에펠탑 뷰. 부촌인만큼 치안도 좋았다. 당시 파리 테러 이후 2달이 채 안 된 때였는데 항상 군인들이 총 들고 경비하고 있었다. 인근에 한인식당도 꽤 있었고. 방도 매-우 깔끔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현대식 아파트. 오피스텔 같은 방이었다. 9m2라는 매우 좁은 넓이가 좀 흠이었지만 혼자 살기엔 충분했다. 책꽂이와 냉장고, 책상, 침대, 전자렌지 겸 오븐 등이 갖춰져 있었다. 후에 만난 집주인 프랑스인 부부도 매우 좋은 분들이셨다. 같은 건물 고층에 사시는 분들이었는데 초대해서 같이 와인도 마실 수 있었다. 동양에 관심이 많아서 집에는 일본, 중국 등에서 사온 인테리어 물품들이 많았는데 꽤나 재미있는 분들이었다. 단점이라면 화장실과 세면대가 방 내부에 있고, 부엌이 없다는 점. 즉 취사시설이 없다. 전자렌지와 오븐만으로 간단히 인스턴트나 냉동만 해먹을 수 있고 모든 밥을 사먹어야 했다. 밥이야 그 당시엔 어차피 빵으로 해결할 줄 알고 취사시설은 별 신경 안 썼다. 화장실은 많은 고민이 됐다. 하지만 여긴 월세가 500유로대였다. 혼자 살기에 화장실도 환기만 잘 하고 잘 청소해주면 큰 생활에 문제 없을 것 같고. 나머지 포인트가 너무 훌륭해서 마음이 끌렸다.
4. 17구의 하녀방
굉장히 평범한 프랑스의 일반적인 방이다. 옛날 건물의 꼭대기 방. 하녀방이라고 부른다. 옛날에 집안 하녀들이 머물렀던 방이기 때문. 9m2이고 천장이 비스듬했다. 창문이 사선으로 하늘로 나있었다. 엘리베이터는 매우 좁았다. 물론 유령의 집보단 넓었지만. 마찬가지로 화장실은 공용이고 방에 샤워통이 있었다. 가격은 500유로대였지만 어차피 화장실이 공용일 바에야 방안에 있어도 혼자 쓰는 게 낫겠지 싶었다. 이미 3번 방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이제 내가 썼던 방 사진을 몇 개 올리며 마무리. 좁지만 지금 생각하면 아늑한 방이었다. 저 좁은 침대에 누워있던 시간들이 좀 그립기도 하다. 그 때 티스토리를 했다면 글 엄청 많이 썼을 텐데. 단점이라면 샤워하고나서 항상 방 전체 환기를 시켜야한다는 점. 볼 일 보고 나서도.
지금까지 오리엔테이션이 끝났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진짜 구체적인 집을 알아보는 방법들에 대해서 적어보겠다. 나아가 파리 지역별 특징, 집 구할 때 유의할 점 등의 팁도 순차적으로 올리지 않을까 싶다. 이제 슬슬 내년 교환학생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정보를 알아볼 테니 빠르게 올리도록 노력하겠다. 딱 2년 전 이 맘 때 나도 비자 발급받으랴, 항공권 알아보랴, 은근 초조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이 경험담들이 다른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나, 안도감을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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