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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2018 인도

[인도] 2일차 뉴델리::인도 맛보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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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뉴델리 스타팰리스 호텔

이렇게 보니깐 또 괜찮아보이지만.. 육안으로 보면 굉장히 꼬질꼬질하다.


설렘 반 긴장 반 속에 첫 날은 꿀잠을 잤다. 오기 전에 들은 대로 인도의 밤은 추웠다. 그리고 호텔의 침구는 더러웠다. 다행히 난 침낭을 가져와서 편안하게 잘 수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비행기에서 가져온 얇은 담요를 침대에 깔고 이불 안 덮고 잠에는 들었다만, 일어날 때는 더럽고 자시고 추워서 그냥 이불 속에 폭 들어가 있었다. 인도의 1월은 밤에는 확실히 추운 편이니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빠하르간지에서 옷부터 해서 침낭이나 기타 모든 여행용품과 기념품을 다 팔긴 한다. 다만 처음인 경우 바가지를 쓰기 쉽고, 밤에 도착할 경우 미처 침낭을 못 살 수도 있으니 한국에서 준비해오는 편이 나은 것 같다. 나는 예전에 사둔 침낭이 있어서 가져왔는데, 새로 구입하는 게 부담된다면 와서 저렴하게 구입하고 귀국할 때 버리는 방법도 있긴 하다. 선택은 자유다.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유심 구입이었다. 2011년에 처음 유럽여행을 갈 때만 해도 딱히 선불유심을 구입할 생각을 안 했었다. 딱히 모바일 여행 서비스도 엄청 발달한 건 아니어서 미리 컴퓨터로 숙소나 기차 정보를 다 조사해서 정리해 갔었다. 그 때는 그나마 맥도날드가 프리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곳이었는데, 그마저도 제대로 안 터지기 일쑤였던 것 같다. 뜻 밖에 베르사유 궁전에서 프리 와이파이가 터져서 신기했던 기억도 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해외에 나갈 때 가장 먼저 준비하는 게 유심이다. 스마트폰으로 실시간으로 조사하고, 예약하는 게 가능해져서 점점 여행할 때 준비할 일도 사라진다. 편하긴 한데, 여행을 준비하는 즐거움은 또 사라진 것도 같고.



와우카페 서비스

여행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와우카페


어쨌든 뉴델리에서는 유심을 살 필요가 있었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빠하르간지 씨티은행 atm 맞은편에 있는 와우카페. 뉴델리 스테이션에서 쭉 들어가다보면 왼쪽에 한글로 와우카페라고 써있는 곳이 있다. 한국여행자들의 아지트 같은 곳. 유심 구입이나 환전, 기차와 숙소 예약, 자이살메르 낙타 사파리 예약 등 다양한 여행 관련 서비스를 도와준다. 물론 약간의 수수료가 붙지만, 다른 인도 업체에 비해서, 그리고 우리 물가 기준에서 봤을 때 엄청 저렴한 수준. 그리고 간단한 한식, 라면 등 음식도 파는데 내가 갈 때는 인도 여행 오픈 카톡방에서 먹고 탈났다는 사람이 많았다. 그 당시만 그랬는진 모르겠지만, 여튼 난 먹지 않았다. 외국 가서 한식 먹는 걸 선호하지 않기도 하고.


참고로 인도방랑기라는 곳도 있다. 와우카페 주인은 인도 사람인데 비해 여기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한식은 좀 더 퀄리티가 좋다고 들은 기억이 난다. 근데 난 다시 뉴델리에 간다 해도, 거기서 한식이 먹고 싶다고 해도 절대 가지 않을 생각이다. 어쩌다 동행 때문에 잠시 같이 가서 10~20분 정도 기다린 적이 있는데, 한국인 주인이 인도인 직원한테 너무 심하게 비인격적으로 대하는 모습을 봤다. 손님이 있든 없든,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관계든 간에 최소한의 인격적 대우는 해줘야 하는 건데, 손님이 있는 상황에서조차 그런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 안 됐다. 나중에 오픈 카톡에서 보니 다른 사람들도 종종 그런 장면을 본 모양이다. 가든 말든 본인의 자유지만, 나는 결코 추천하지 않는다.



와우카페 내부

와우카페 내부 모습


와우카페는 꽤나 친절했다. 손님이라서 친절한 것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인도 사람들이 (외국인에게만일지도 모르겠지만) 친절한 편이다. 와우카페에서 제공하는 유심은 에어텔로, 하루 1기가씩 28일간 사용한 것과 마찬가지로 하루 1기가씩 70일간 사용가능한 것이 있다. 난 45일 여행이라 70짜리로 했다. 가격은 800루피로 15,000원도 채 안 되는 수준. 인도에서 유심을 가입할 땐 꼭 증명사진이 필요하다. 신청서에 사진 붙이는 칸이 따로 있다. 그 외 신분증 등 몇 가지 준비할 것도 있으니 미리 한국에서 꼼꼼히 챙겨오는 것이 편하다. 



인도 플레인 라씨

지금도 생각나는 인도의 라씨


유심 신청을 완료하고 칩을 받아서 스마트폰에 삽입을 했다. 개통은 오후 쯤 될 거라고 해서 우선 아침을 먹고, 다음 여행지로 갈 기차표를 구입한 후 가까운 곳을 구경하다 오기로 했다. 근처에 식당에 들어가서 정말 간단히 식사를 했다. 나는 라씨랑 토스트를 먹었다. 평소 장이 안 좋은 편이라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다는 게 상당히 불안했다. 인도 음식은 아직 뭐가 뭔지 모르겠어서 우선 가볍게 빵 몇 조각으로 때웠다. 라씨는 딱 요구르트 맛이었다. 시큼한 맛이 꽤 강했다. 우유에 레몬을 넣어 응고시킨 인도의 음료인데, 이후로 먹고 먹고 계속 먹었다. 평소 요구르트를 좋아해서 정말 취향저격.



빠하르간지 골목

숙소가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는 '큰 길'


아, 그리고 숙소를 호텔에서 와우카페 도미토리로 옮겼다. 호텔보다 저렴한데 훨씬 좋았다. 물론 좋다는 건 어디까지나 인도의 기준이다. 직원이 도미토리 보여준다고 밖으로 나와서 따라가는데, 점점 어디 이상한 골목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정말 다 낡아빠진 허름하고 음침한 건물의 아주 구석진 계단으로 들어갔다. 남자 세 명이었는데, 속으로 상당히 불안했다. 들어가면 왠지 떼거지로 숨어있던 사람들이 나와서 돈이고 뭐고 다 뺏을 것 같은 기분. 물론 내부도 정말 낡고 허름했었지만, 의외로 호텔보다 아늑한 맛이 있었다. 인도에 아직 적응하지 못해서 좀 이상해보였을 뿐이지, 이제 와서 보면 정말정말 좋은 숙소였다. 그리고 그 도미토리에서 굉장히 좋은 인연을 만났다. 와우카페 도미토리에 들어가니 어떤 인도인이 있었는데, 한국말을 엄청 잘한다. 와우카페 사장은 아닌데. 이 사람이 이것저것 안부를 물어보더니, 뉴델리 볼 거리 놀 거리를 다 설명해줬다. 마지막에 고맙다고 하고 이름을 물어봤는데, 바라나시의 선재라고 한국인 인도 여행자들은 누구나 이름 한 번 들어본 인도인이다. 오픈 카톡에서 계속 선재네 선재네 하길래 궁금했는데 뉴델리에서 이렇게 우연히 만날 줄이야. 원래 바라나시에서 한국 여행자들 상대로 카페와 도미토리를 운영하는 친구다. 류시화 시인의 후원으로 동국대로 유학도 다녀온 엘리트. 정말 착하고 너무 친절하다. 마침 뉴델리로 출장을 와있었는데 정말 우연히 그 때 그 시간에 와우카페 도미토리에서 만난 것이었다. 그리고 나중 얘기지만 바라나시에서 다시 만났다. 혹시나 바라나시에 가면 선재네 멍카페 추천한다.



뉴델리 스테이션 외국인 전용 창구

굉장히 깔끔하고 아늑한 외국인 전용 라운지


도미토리가 호텔보다 나아보여서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옮긴 후 다시 뉴델리 스테이션으로 갔다. 난 내 여행은 북인도 3주, 남인도 3주 정도의 일정이었다. 북인도 여행은 우선 대략적인 루트와 일정을 짜왔었다. 물론 계획에 얽매이지 않고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바꿀 생각이었지만, 어느 정도는 루트와 체류일을 정해두는 게 편할 것이라 생각했다. 우선은 델리에서 4박을 하고 바라나시로 갈 계획이었다. 그 기차표를 구입하기 위해 뉴델리 스테이션에 있는 외국인 전용 예약 창구로 갔다. 매우 넓고 깔끔하고 한적한 라운지. 인도에서 외국인이라는 건 일종의 특권처럼 생각되기도 했다. 동행들과 얘기를 해본 결과, 한 명은 원래 계획이 없었어서 같이 바라나시로 가기로 했고, 다른 한 명은 생각해온 일정은 있었지만 그냥 같이 바라나시로 가기로 정했다.



인도냥이

북인도에는 고양이가 거의 없는데, 어쩌다 만난 냥이


3인분의 기차표를 사고 건물 옥상에 있는 화장실에 들렀다가 이제 본격적으로 구경을 하러 나섰다. 하루의 일도 한 포스팅에 쓰기에는 너무 길다. 이 날 구경을 하고 자기 전까지도 재밌는 일이 많았다. 오후의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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