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갑자기 와인이 먹고 싶어서 만원짜리 콩코드 와인을 하나 샀다. 오늘 먹으려니깐 집에 안주가 마땅치 않음. 참치 크래커도 없고 치즈도 없고 햄 종류도 없고. 뭐라도 사려고 편의점에 갔다가 발견한 GS25 대게딱지장.
전에도 삼각김밥 사려고 둘러보다가 본 적은 있는데 딱히 눈에 안 들어왔었다. 안주를 찾으려고 보니 꽤나 호기심이 일었다. 그런데 잘못 먹으면 엄청 위험할 것 같은 느낌. 해산물, 그것도 날해산물을 편의점에서 팔다니. 대게딱지장 자체는 엄청 맛있지만 편의점에서 팔면 자칫 쓰레기를 먹을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우선 검색을 해봤다. 블로그 후기 몇 개를 보니 키워드는 '호불호'. 호불호 엄청 갈리는 맛이란다. 맛있는 사람은 환상의 맛이라고 하고 맛없는 사람은 왕 비리다고 하고. 나는 비린 거엔 둔감한 편이다. 또 호불호 갈리는 음식은 거의 호 쪽이다. 쌀국수, 홍어, 버팔로윙, 올리브, 평양냉면 등등. 다행히 3,500원이라는 리즈너블한 가격이라 한 번 사봄. 혹시나 싶어서 치즈도 함께.
대게딱지장의 포장지. 은근 맛있어보이는 외관이지만 편의점 음식에 당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 믿을 수 없다. 어릴 때는 편의점 갈 때마다 이것도 먹어보고 싶고 저것도 먹어보고 싶었다. 하나둘 사먹어본 결과 실망의 실망을 거듭했다. 이후 '창렬' 대란이 터졌을 때 너무나 공감했던 부분.
옆면에는 활용 레시피가 나와있다. 가벼운 안주와 간편한 반찬용이라고 어필한다. 뒷면엔 주의사항이 나와있는데 용기가 부풀어오르거나 터지면 먹지 말고 교환하라고 한다. 아무래도 날 음식이다보니 주의가 필요하다. 잘못 먹으면 식중독 걸리고 매우 아프다.
대게딱지가 들어있진 않다. 플라스틱 용기가 딱지의 역할을 하나. 위의 비닐을 뜯으면 이런 모양. 묘한 비주얼이다. 별로 먹고싶지 않게 생겼다. 토 같기도 하고. 다른 블로그에서는 진흙이란 표현을 많이 쓰더라.
섞어보았다. 섞으니깐 토 느낌은 좀 사라진다. 맛살이 많이 들어있다. 대게딱지장이 아니라 대게 향 첨가한 맛살장인가. 뭐 3,500원 짜리 편의점 음식에서 뭘 바라겠나. 어쩐지 싸더라.
맛은 비리지도, 환상적인 맛도 아니었다. 그냥저냥 평타는 치는데 또 찾지는 않을 맛. 단 나는 비린 거에 굉장히 둔감한 사람이다. 첫 맛은 분명 비린 맛이 살짝 나긴 했는데 먹다보니 없어졌다. 와인이랑도 나쁘지 않게 어울렸다. 물론 치즈가 훨씬 더 잘 어울린다. 한 번 쯤 궁금해서 먹어볼 만은 하다. 하지만 다시는 안 살 듯. 밥 반찬으로도 괜찮을 것 같긴 하다. 다만 참치 통조림 정도의 수준. 김이나 비린 맛을 없애줄 양념으로 살짝 간을 하면 꽤나 괜찮은 간단 반찬이 되긴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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