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학교나 인근 오래된 조그만 식당 하나는 있지 않나. 가면 괜히 정겹고 저렴해서 더 좋은 곳. 나한테는 성대국수가 그런 곳이다. 이름부터 너무 성균관대 앞에 있다고 알려준다. 원래 국수를 좋아한다. 면은 종류를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듯. 유일하게 끓인 라면을 그닥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도 있으면 잘 먹는다.
성대국수의 메인 메뉴는 멸치국수, 비빔국수, 열무국수. 사이드 메뉴랑 떡볶이, 오뎅, 순대도 팔긴 하는데 안 먹어봤다. 분식류를 먹을 때는 항상 근처에 있는 나누미 분식을 간다. 일명 에쵸티 떡볶이. 딱히 그 집이 더 맛있어서라기보단 그냥 관성처럼 간다. 성대국수의 분식은 언젠가 먹어볼 일이 있겠지.
국수 삼대장에 대해 얘기를 하자면, 맛있다. 정말 맛있다. 매우 맛있다. 주로 밤 늦게까지 공부하다가 집 가는 길에 출출할 때 들리는 편이라 더 그럴 지도 모르겠다. 저녁을 먹어도 10시, 11시까지 도서관에 있다보면 내려가는 길에 꼭 배가 고프다. 그럴 때 종종 들른다. 겨울엔 멸치국수고 여름엔 비빔국수나 열무국수. 또 반복하지만 정말 맛있다. 어느 메뉴 하나 빠질 것 없이. 그 날의 분위기나 기분에 따라 먹고 싶은 메뉴가 바뀔 뿐 모두 맛있다.
오늘 먹은 건 열무국수. 이제 날씨가 꽤나 쌀쌀해서 오늘이 아니면 한 동안 잘 안 땡길 것 같았다. 열무와 무, 그리고 중면. 소면이 아니다. 씹는 맛이 더 좋다는 장점이 있다. 전반적으로 달달하다. 꽤 달다. 물론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는 열무국수에 비해 달 뿐이다. 일반 분식점 등에서 파는 열무국수와 비슷한 정도의 달달함. 맛은 좀 더 깊다. 사실 여름이 끝나서 그런 지 오늘은 미세한 군내가 나긴 했다. 그래도 만족스러웠다. 여름에 학교에서 바쁜데 배고플 때 후딱 내려가서 빠르게 먹고오면 에너지 재충전 되는 메뉴.
기본 양도 낭낭하다. 근데 사리 더 달라고 하면 더 주신다. 다만 중간에 추가는 면을 새로 삶아야 해서 시간이 걸리니깐 처음부터 말해달라고 하셨다. 처음 사리 추가할 때 그걸 모르고 다 먹고 부족해서 말씀드렸더니 아예 새 국수를 해주셨다. 그런데 돈도 더 안 받으셔서 너무 감사했던 기억이 난다. 사리 추가도 당연히 돈 낼 생각이었는데 아예 두 그릇을 먹고 한 그릇 값만 내는 게 감사하면서도 죄송하기도 하고. 또 좋은 것 중 하나가 보리차가 있다는 것. 차가운 보리차다 그것도. 어릴 때는 집에서 어머니가 보리차를 해주셔서 밖에서 생수를 잘 안 먹었었다. 지금은 생수가 더 익숙하지만 보리차를 만나면 괜히 반갑다.
성대국수 내부 사진들. 완전한 오픈 키친. 차라리 다찌를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보리차는 주전자에 들어있어서 따라먹으면 된다. 진짜 옛날에 할머니집 생각이 나는 주전자에 든 보리차. 한 구석에는 멸치육수가 항상 팔팔 끓고 있다.
오늘도 다 비웠다.
지난 번에 먹은 비빔국수 사진이다. 비빔국수도 비교적 단 편. 보통 소면으로 해먹는데 중면이라 색다른 식감이다. 별 차이 없을 것 같은데 은근히 낯설다. 재료는 열무국수와 똑같다. 열무와 무. 열무 국물 대신 비빔 양념. 멸치국수는 사진을 못 찾겠다. 사실 성대국수의 가장 메인 디쉬. 마찬가지로 항상 소면으로 해먹던 멸치국수인데 중면이라 신선한 식감. 김을 부수지 않고 덩어리 조각으로 주신다. 난 항상 면을 다 먹고 마지막 마무리로 먹는데 감칠맛이 돌아서 좋다. 굳이 이걸 먹으러 혜화까지 가라고 할 맛집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성대생이라면 지나가면서 꼭 가보고. 대학로 인근에 올 일이 있을 때 와서 먹어보면 좋을 것이다. 나중에 졸업하고 학교에 오면 꼭 찾아갈 추억의 집 같은 느낌이랄까. 살면서 기억에 남을 몇 식당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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