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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일상

[일상] 여의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x 서울 크리스마스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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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엔가 친구가 크리스마스 마켓을 가자고 했다. 얼핏 어디서 프랑스 관광청이랑 콜라보로 크리스마스 마켓을 한다고 들은 것 같아서 물어보니 맞다고 했다. 그래서 여의도까지 다녀왔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유럽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열리는 야시장 비슷한 거다. 교환학생으로 파리에 갔을 때가 딱 그 시즌이었다. 낮에는 방 구하러 다니고, 밤에는 샹젤리제랑 에펠탑 앞에서 마켓 구경을 했었다. 혼자 슬슬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좋아하는 뱅쇼도 마시고 소세지도 먹고. 날씨가 춥긴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혼자 꽤 재미있게 잘 다녔던 것 같다.


스트라스부르 서울 크리스마스 마켓


이번 2017 크리스마스 마켓은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다. 그리고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와 콜라보레이션이다. 원래 크리스마스 마켓은 그 쪽이 원조니깐 매력적이긴 하다. 따뜻할 때는 밤도깨비 야시장 같은 것도 하니깐,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이런 테마도 좋다.


생각보다 크진 않았다. 날이 추워서 천막을 쳐두고 그 안에서 핸드메이드 제품들을 팔고, 그 앞에서는 유럽 느낌 나게 통나무집 같은 노점 설치해두고 먹을 거리를 팔았다. 노점마다 프랑스인들과 한국인이 함께 있었다. 뱅쇼나 소세지와 사워크라우트처럼 프랑스 냄새나는 음식들을 팔고 있었다.


여의도 크리스마스 마켓 뱅쇼 부스

난 뱅쇼가 너무 좋아


가자마자 뱅쇼부터 한 잔 마셨다. 뱅쇼는 한국에서도 먹어봤고, 집에서도 만들어봤지만 파리 도착한 첫 날 에펠탑 앞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마신 뱅쇼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실 가장 맛있었던 건 아니다. 맛은 진짜 싼 맛 났다. 근데 그냥 이제부터 내가 파리에 산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런 설레는 마음이 맛에 함께 묻어났던 것 같다.


뱅쇼는 프랑스어로 그냥 따뜻한 와인이다. 정말 Hot Wine이란 뜻이다. 근데 희한하게 독일어로도 글루바인, 영어로는 뮬드 와인이라고 하는데 다 똑같다. 하긴 굳이 다른 이름을 붙일 이유도 없긴 한데. 내 이미지는 프랑스 수정과 느낌이랄까. 와인에 계피와 사과, 오렌지들 새콤류 과일과 설탕을 넣고 끓인다. 만들기 어려운 음료는 아니다. 고급 음료도 아니다. 애초에 고급 와인은 그대로 마셔야지 저렇게 가공하면 못 쓴다. 생각난 김에 겨울이니 방 빼기 전에 집에서 또 만들어봐야겠다.


프랑스 여의도 크리스마스 마켓 인형

프랑스에서 만들었다는(아마?) 인형들


아기자기한 프랑스 현지에서 왔다는 핸드메이드 제품들도 조금 팔고 있었다. 다들 무슨 장인이라는데, 꽤 예뻤지만 내가 돈 쓰는 분야는 아니라서 패스했다. 그치만 그닥 효용성은 없지만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것들을 사는 취미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구경하면 좋을 것 같다.


청담동 Guillaume 베이커리 부스

청담동 Guillaume 베이커리 부스


프랑스에서 온 빵집인지, 그냥 프랑스 빵집을 표방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빵집도 있었다. 원래 청담동에 있는 기욤(Guillaume)이라는 베이커리다. 불랑제리라고 해야 하나. 알바하는 데 바로 옆에 있어서 오며가며 많이 봤었다. 청담동 말고 한남동에도 하나 더 있다고 명함에서 봤다. 사족인데 개인적으로 정말 멋있다고 생각하는 이름. 발음은 정말 심플한데 쓰기에는 복잡하다. 게다가 G자가 이유없이 우아해보임. 교환학생 할 때 거의 처음 만난 프랑스인 친구가 기욤이었는데 정말 재밌는 친구였던 걸로 기억한다.


여의도 크리스마스 마켓 핸드메이드 붓

가장 맘에 들었던 부스


밖에는 유럽 크리스마스 마켓 느낌이 나는 노점, 큰 가설 텐트 안에서는 한국 핸드메이드 제품들을 팔고 있었다. 사실 나한테는 그닥 흥미가 없었다. 일단 규모가 크지 않아서 대부분 여성용 악세사리였다. 핸드메이드 팔찌, 귀걸이, 목걸이, 클러치 등 좋긴 좋은데 나한테는 무쓸모. 목도리나 가죽 카드지갑은 괜찮았는데 당장 꼭 필요한 건 아니라서 그냥 지나갔다. 사진의 저 부스가 제일 좋았다. 그냥 예뻐서. 저런 느낌으로 마우스패드 하나 사고싶다. 


소세지와 사워크라우트

불어로 많이 달라고 할까 했다가, 부끄러워서.


쓱 둘러보고, 친구는 여자친구한테 선물할 귀걸이 사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먹은 소세지와 사워크라우트. 사워크라우트 때문에 먹었다. 난 정말 사워크라우트가 너무 좋다. 옥토버페스트에서 학센이랑 맥주랑 먹은 사워크라우트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보통 학센과 맥주를 기억하지만 난 이 시큼한 양배추가 너무너무너무 맘에 들었다. 나중에 한국에 와서도 직접 만들어먹을 정도로 좋았다.


소세지와 감자, 양배추

소세지와 감자, 양배추


소세지와 감자, 양배추. 정말 독일독일스러운 음식이다. 아쉬운 건 바게뜨로 만든 핫도그가 없었다는 것. 소시쏭 블랑과 야채를 바게뜨 사이에 뿌리고 케찹 뿌려서 먹는 게 난 너무 좋았었다. 집에서 에펠탑 가는 길가에서 팔던 소세지를 너무 좋아했었다. 핫도그 하니깐 프라하도 생각이 난다.


겨울 데이트 코스로 괜찮은 것 같다. 날이 추우니 잠깐 구경하면서 맛있는 거 먹고, 근처에 IFC몰이나 63빌딩으로 이동해서 놀면 좋을 것이다. 또 오고 싶은 데 나는 데이트 할 사람이 없다. 프랑스 교환학생 할 때를 많이 생각나게 한 크리스마스 마켓이었다. 주변에서 불어도 들리고, 그냥 그 때가 많이 생각이 난다.


안타깝게도 학기가 끝나갈 때 쯤엔 상태가 좀 안 좋아서 종강하고 일주일 만에 바로 귀국을 했었다. 애초 계획대로 바로 세계일주를 가거나, 아니면 파리에서 좀 더 살거나, 유럽에서 가보고 싶었는데 못 가본 곳들이라도 가봤으면 더 좋았을까. 바로 한국에서 병원 가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깐 선택의 여지는 없었지만, 그냥 만약에 하는 생각이 들긴 한다. 추억으로만 묻어두고 별로 생각 안 하던 파리였는데, 오늘은 조금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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