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한 달이 지났는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디자인 코리아 2017에 다녀왔다. 일산 너무 먼데, 굳이 간 이유는 동생 출품작이 파이널리스트에 선정되어 전시되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장관상을 받았는데, 엄마랑 동생이랑 셋이서 보고 왔다. 킨텍스는 2014년에 GMV 전시 부스에서 일했던 거 이후로 두번째 방문이었다. 차를 타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너무 멀었다. 그래도 동생이 준 초대권으로 무료 입장할 수 있었다.
동생 출품작이었다.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에서 메르세데스 벤츠를 주제로 만든 광고다. 빌딩 사이로 보이는 삼각별인데, 나로서는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상은 확실하다. 고층빌딩과 삼각별이 성공한 사람의 상징 같은 인상을 주긴 한다. 대학 동기랑 둘이 했다는데, 아직 1학년인데 열심히 사는 것 같아서 기특하다.
나는 이런 디자인전에 관심이 많아서 거의 전체적으로 다 둘러봤다. 광고나 일러스트레이션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 작품들이 있었다. 특히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초등학생들의 작품이었다. 정말 좋은 디자인들이 많이 있었는데, 가장 인상적인 건 초등학생들의 작품이었다. 절약 소스 용기, 저런 건 사실 나도 어릴 때 생각했었고 그 때는 아이디어, 창의성이라는 이름으로 숙제나 대회 같은 게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어릴 때는 '디자인'이란 뜻을 '예쁘게 꾸미는 것'으로 한정했다. 특히 그림, 시각적인 것으로만. 사실 디자인은 '꾸미는 것'보다는 '설계'라는 걸 알게 된 것은 대학생이 된 이후였다. 만약 어릴 때 이런 걸 알았더라면 디자이너로 길을 잡았을 지도 모르겠다. 그림은 못 그리는데, 디자이너는 되고 싶었거든.
사실 아빠와 동생을 보면 나도 재능이 있지 않을까 생각은 해본다. 고1 1학기 때 미술 선생님이, 그림 실력이 아닌 표현력, 예술성 같은 걸 평가 기준으로 하겠다고 하신 게 기억이 난다. 난 그냥 내 하고싶은 대로 엉망인 그림과, 점토 작품 같은 걸 만들었었는데 1등급을 받았었다. 그리고 2학기에 선생님이 바뀌면서 7등급을 받았다. 만약 그 선생님이 쭉 계셨다면 미술에 좀 더 빨리 흥미를 느꼈을 지도 모르겠다.
그냥 귀여웠던 동물 일러스트레이션. 플랫한 느낌과 색감이 너무 좋다. 마찬가지로 옛날엔 똑같이,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이 잘 그리고 훌륭한 그림인 줄 알았었다. 나중에야 미술 관련 책을 읽으면서 현대에서는 다양한 그림들이 잘 그린 그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취미로 드로잉을 계속 하려고 시도는 하는데, 나도 내 개성이 담긴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근데 취준 중이라 그런지 그림 그릴 시간은 잘 안 난다.
국립 현대 미술관의 리플렛. 칠교에서 영감을 얻은 건가. 본 지 좀 되어서 잘 기억은 안 난다. 근데 별 거 아닌 삼각형과 사각형, 그리고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같은 단순한 색들로 멋진 편집 디자인이 완성됐다. 쉬워보이지만, 또 막상 하려고 하면 잘 쉽지 않은 분야인 것 같다. 레이아웃과 배치라는 것도 다 이론이 있고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었다. 물론 배우면 누구나 할 수는 있겠지만, 배우지 않은 사람들이 세상엔 훨씬 많다.
제일 재밌게 봤던 건 동생이 응모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 광고다. 시각적으로, 한 장의 화면으로 사람들의 눈을 확 끌어당기면서도 메세지를 전달하는 일. 나도 광고 회사에 계속 지원을 하고 있는 만큼 흥미롭게 봤다. 그 중에서도 제일 인상적이었던 세 가지. 무엇을 광고하는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지가 한 눈에 들어오는 작품들이다. 맵다, 교감, 가볍다라는 느낌. 특히 그 중에서도 LG 그램 디자인은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냥 예뻤던 대구 홍보 일러스트레이션 포스트. 여행이라는 느낌은 확실히 알겠다. 근데 대구라는 이미지는, 가운데 문구가 아니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도 까딱 억지로 특징을 잡아서 강조한 많은 지자체의 홍보 캐릭터나 포스터보단 낫다. 뭐 사과 캐릭터라든가, 인삼 캐릭터라든가, 그런 것보다 낫지. 마우스패드나 노트 등 기념품 만들기에 좋은 디자인이다.
평면을 넘어선 입체도 디자인의 영역이다. 보이는 것 뿐만 아니라 기능성까지 고려한다. 디자이너가 화가가 아닌 설계자인 이유다. 최근에 알쓸신잡에서 봤던 얘기가 생각난다. 부석사였나, 처마를 보다가 처마의 기원부터 해서 각 나라의 처마까지 얘기가 나왔다. 우리 처마의 곡선을 보고 예쁘다고들 하는데, 처마를 만들고 끝을 들어올린 건 예뻐보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집을 짓는 재료가 나무라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빠르게 잘 말려야 하는데, 기둥 윗쪽은 해가 잘 안 들어온다고 한다. 그래서 해가 잘 들어오게 처마를 올렸다고 한다. 그리고 해의 입사각이 높은 나라일 수록 처마 끝이 높이 들려있다고. '아름답다고 여기는 대부분의 것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나온 답'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그냥 고양이가 귀여워서 찍었다.
일러스트레이션이나 공예 등 미술 작품도 있었다. 이것도 좋지만 확실히 커뮤니케이션이나 UI/UX, 편집, 산업 디자인 같은 것들이 더욱 흥미로웠다. 좀 더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것들, 앱부터 각종 제품, 포장지, 출판물 등의 사용성과 기능을 더욱 멋지고 아름답게 하는 게 디자이너다. 예술가와 사업가의 성질을 모두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 부스도 있었는데, 인상적이었던 것은 샘표다. 패키지 디자인도 정말 흥미로운 분야다. 시각적인 심미성에서 평면은 물론 입체까지 고려해야 함은 물론이고, 포장의 기능성과 사용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보관은 잘 되어야 하고, 부피는 줄이고, 뜯기는 편하면서도 튼튼하게, 이 외에도 여러 변수들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마트에서 자주 보던 제품들 그냥 생각없이 지나갔는데, 이렇게 전시회에서 보니 꼭 예술 작품처럼 느껴진다.
하나 하나 다 살펴보는 게 두 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그래도 정말 재밌었다. 내년에는 코엑스에서 하면 좋으련만, 킨텍스는 너무 멀다. 그래도 앞으로 가능한 매 년 보러 가고 싶은 디자인 페어였다. 평소 코엑스 자주 가긴 하는데, 여러 전시회 박람회 중에서 내 관심 분야에 딱 맞았다. 동생 덕분에 좋은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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