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개월째 역삼역 인근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냉면이 먹고 싶은 날은 많지만, 막상 가까이 갈 만한 곳은 없다. 을밀대 역삼점이 있긴 하지만 을밀대는 본점과 분점의 차이가 너무 명백한 걸 강남과 잠실에서 느껴봐서 도저히 갈 마음이 안 들었다. 애초에 본점도 내 선호도에선 좀 떨어지고. 언주역 근처에 있는 능라도는 역삼에서 걷기엔 10분 정도로 애매한 거리다. 하지만 그래도 근방에서는 대안이 없어서 몇 번 가보았다.
능라도 본점은 판교라고 한다. 2011년에 오픈했다니 종로 을지로 인근의 노포에 비하면 역사는 짧다. 그래도 깔끔한 맛과 강남점의 입지로 꽤 입소문을 타고 있나보다. 언주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 있다. 2018 미슐랭 가이드에도 올라있다.
능라도의 메뉴판이다. 나야 뭐 항상 물냉만 시킨다. 비빔은 늘 궁금하지만 늘 시키지 않는다. 술자리였다면 수육도 시켰겠지만 점심에 방문했기 때문에 패스. 어복쟁반도 먹고 싶다. 하지만 굳이 이 근방에서 술을 먹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물냉 이외의 메뉴는 앞으로도 딱히 시킬 일 없을 것 같다.
1. 국물
여의도의 정인면옥과 봉피양을 믹스한 느낌이다. 봉피양보다는 맛이 확실히 엷다. 이 날 특히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육수를 내다만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일단 시원하게 쭉 들이키다보니 면을 맛보기도 전에 국물을 거의 다 먹었더라. 사실 큰 개성은 없다. 그냥 평범한 강남의 평양냉면 맛. 결코 맛없는 국물은 아니지만 딱히 두드러지는 점이 없다. 좋게 말하면 기본에 충실하다.
2. 면
메밀과 고구마 전분을 8:2의 비율로 반죽한다고 한다. 면도 두툼한 게 뚝뚝 끊기는 맛이 좋다. 메밀향도 풍부하다. 이것도 국물과 비슷하게 딱히 모난 곳 없지만 개성도 없다. 정말 반마다 있는 성적 중상위 정도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조용조용한 학생의 느낌. 분명 괜찮은데, 딱히 이렇다 할 말이 없다.
3. 사이드(반찬, 고명, 면수 등)
냉면 자체는 정말 준수했다. 냉면만 놓고보자면 강남 쪽에서 평양냉면이 먹고 싶을 때 찾아갈 만하다. 그런데 사이드가 점수를 많이 깎아먹었다. 의외로 고기가 한 점 올라간 게 냉면을 먹다만 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처음에 한 점 진한 고기맛을 보고, 마무리로 또 한 점 먹어주면 좋았을 텐데. 한 점 있는 고기 고명은 이걸 어느 타이밍에 먹어야 하는지 계속 재게 했다. 결국 마지막에 먹었지만, 계속 이런 고민을 했다는 게 찝찝함이었다. 그래도 오이 고명은 고기 국물의 맛을 리프레쉬할 수 있는 상큼함을 줬다.
진짜 아쉬운 부분은 무절임과 배추김치. 이거 진짜 맛이 없었다. 쓴 맛도 나고 화학 약품 같은 맛도 나고. 익숙하지 않은 개성있는 맛이 아니라 별로 좋지 않는 맛이었다. 이 날 유독 이랬는진 모르겠다. 다만 둘 다 몇 번 먹어보고는 젓가락이 가지 않았다. 면수도 육수도 없다는 것도 허전함을 많이 남겼다. 사람이 많아서 대기시간이 긴 건 이해하지만, 무절임과 김치도 늦게 나오고 면수도 없이 마냥 기다렸다.
4. 기타(분위기, 교통 등)
깔끔하다. 봉피양만큼 고급스럽진 않다. 개인적으론 여의도 정인면옥이 자꾸 연상된다. 깔끔하게 점심 먹고 오기 좋은 곳. 개인적으로 술이 땡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제일 장점은 교통인 것 같다. 본점은 차 없이는 가기 힘들던데. 여긴 강남 9호선 라인에서 냉면 땡길 때 쉽게 갈 수 있다. 아쉬운 점이 좀 있었지만 냉면 자체는 분명 준수했다. 갈증을 풀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2, 7호선 라인에서 냉면이 먹고 싶다면 능라도를 선택할 지는 모르겠다. 더 좋은 옵션들이 분명 존재하니깐. 아마 나는 학원 다니는 동안만 몇 번 더 오지 않을까 싶다.
냉면 자체는 맛있게 잘 먹었다.
국물 |
★★★★ |
깔끔하다. 개성은 없지만 아쉬운 점은 없다. |
면 |
★★★★ |
위와 같다. |
사이드 |
★★ |
아쉬운 점 속출. 면수도 육수도 없다. 무절임과 김치는 안 좋은 의미로 쓰다. |
기타 |
★★★★ |
제일 장점이 위치. 그 외는 별로 특이점이 없다. |
총평 |
★★★☆ |
가서 먹을 만 하다. 하지만 대안이 없는 경우가 아니면 발길이 잘 안 갈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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