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래옥은 내 인생 두번째로 접한 평양냉면이었다. 을지면옥을 처음 맛보고 본격적으로 서울의 평양냉면집들을 탐색했다. 그 중 우래옥은 평양냉면 하면 가장 첫번째로 떠오르는,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이미지였다. 본점은 을지로4가이지만, 집 근처인 대치동에 직영점이 있어 어머니와 함께 방문했었다. 그 때도 꽤 대기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을지면옥과는 많이 다른 스타일, 하지만 또 다른 매력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최근 계속 가까운 대치동이라도 갈까 했지만, 포스팅을 위해 미루다가 본점을 방문했다.
우래옥 본점
우래옥의 장점은 본점과 직영점이 큰 차이가 없다는 것. 기분 탓인지 실제로 그런지 본점이 더 맛있긴 하다. 포스팅을 위해 이번엔 본점에 방문했다. 을지로4가역에서 그리 멀지 않다. 을지면옥만큼 지하철 입구 바로 앞은 아니지만, 5분 이내의 거리다. 날이 많이 풀렸지만 그래도 아직 더운 편이라 그런지, 점심 시간에는 사람이 바글바글 했다. 웬만한 작은 식당만큼의 공간을 고객 대기를 위해 사용한다. 한 쪽에는 카페도 있다. 소파 등 앉을 곳도 많지만, 대기하는 사람도 눈대중으로 30~50명 정도 있어서 서있을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회전은 빨라서 30분 이내로 들어갔던 것 같다.
우래옥 메뉴
우래옥의 메뉴판. 불고기를 먹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난 냉면 밖에 먹을 수가 없다. 냉면도 비싸다. 그래도 지난 몇 년 간 인상률은 다른 평양냉면집들에 비해 양호하다. 예전에는 가장 비싸보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13000원에 우래옥 냉면이라면 굉장히 가성비가 좋게 느껴진다. 김치말이냉면도 정말 먹어보고 싶은데, 자주 가지 않다보니 갈 때마다 물냉면을 시키게 된다. 만약 대치동에 가게 된다면 김치말이를 한 번 시켜보자고 생각해본다.
우래옥 냉면 비주얼. 심플하니 깔끔하다. 다만 저 김치는 왜 나오는지 잘 모르겠다. 김치 자체만 보면 새콤하니 맛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냉면과 조화가 잘 안 된다. 냉면 원래의 맛을 보완하기보단, 해치는 쪽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냉면만 한 그릇 내놓기에 심심해서 그렇다면 고명으로 들어간 백김치와 무절임을 조금 내놓는 게 더 좋을 텐데.
1. 국물
육향이 엄청 진하다. 봉피양과 비슷하게 진한데, 봉피양보다 자연스러운 맛이다. 혀에 닿는 맛은 덜 하지만 느껴지는 깊이가 더 깊다는 의미. 국물부터 한 입 먹으면, 면만 남을 때까지 국물만 먹고싶단 충동이 생긴다. 같이 먹은 친구도 고기향이 매우 진하다고 만족해했다. 뭔가 예전보다 진해진 느낌. 사실 요즘 을지면옥도 그렇고, 여러 평양냉면집을 갈 때마다 느낀다. 인기가 많아진만큼 좀 더 대중적인 맛으로 바뀌는 걸까.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
2. 면
비주얼적으로는 얇고, 질겨보인다. 하지만 막상 먹으면 질기진 않다. 그래도 메밀 함량이 비교적 적어보이긴 한다. 이 날은 약간 마른 듯한 느낌이 들어서 살짝 아쉬웠다. 메밀향은 진하지 않지만, 은은하게 느낄 수 있었다. 고기향이 진한 만큼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기보단 국물의 육향을 서포트하는 듯한 느낌. 일종의 촉매 작용을 한다.
3. 사이드(반찬, 고명, 면수 등)
굉장히 만족스러웠던 고명. 아주 풍부하게 들어있다. 심지어 고기조차도. 고기, 배, 백김치, 무절임이 아쉬움없이 들어있다. 게다가 엄청 조화롭다. 배추와 무의 서로 다른 씹는 맛을 즐길 수 있다. 국물과 배추, 무를 따로따로 만들고 넣은 게 아니라, 처음부터 배추와 무를 넣어서 국물을 만든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위화감이 전혀 없다. 새콤한 맛은 딱 국물의 향을 해치지 않는 한계선에 접해있다. 고기는 대여섯 점 들어있었다. 고기 본래의 육즙도 남아있으면서, 국물을 내느라 빠진 육즙은 다시 국물로 채워져서 일체감을 선사한다. 그러면서 고기 자신의 주장도 충분히 하고 있다. 처음에 한 입, 그리고 면 조금 먹으면서 간헐적으로 고기 피니쉬의 즐거움을 몇 번이고 느낄 수 있다. 가히 대한민국 평양냉면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완성도다.
정말 왜 나왔는지 모르겠는 겉절이. 겉절이라고 하기엔 좀 숙성된 것 같다. 새콤하다. 식초로 만든 새콤함인 것 같긴 한데. 자체로는 충분히 맛있는데, 냉면을 먹는 동안 먹으면 너무나도 명백히 냉면의 맛을 해친다. 아직 내가 모르는 어떤 우래옥만의 먹는 법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혹시나 김치말이국수를 먹어본다면, 만약 김치말이 국수에 사용되는 김치가 이거라면, 새로운 맛을 알게 될까 기대해본다.
면수조차도 진하다. 처음에 보고 육수를 주나 했다. 면수를 낸 다음에 일부러 더 졸이면 이 정도 진하기가 나오려나. 면수는 밍밍한 듯 은은한 메밀향이 매력인데, 대놓고 메밀물이라고 주장한다. 면수의 매력을 알기에는 이게 더 적절한 진하기인 것 같다.
3. 기타(분위기, 교통 등)
우래옥은 고급음식점의 느낌이 강하다. 대치동도 같은 인테리어. 뭐랄까, 8,90년대 부잣집의 느낌이다. 지금이야 올드한 고급스러움이긴 하지만, 고급스러움을 잃지 않으면서 역사 있는 집임을 드러내는 인테리어. 사장실 소파가 있는 넓은 고객 대기실은 배려가 느껴진다. 물론 그래도 사람이 더 많아서 포화 상태지만. 교통도 훌륭하다. 2호선 을지로4가역에서 도보로 5분 안 걸린다. 차 타고 안 와봤지만 따로 주차장도 갖추고 있다고 알고 있다.
잘 먹었다.
국물 |
★★★★★ |
호불호 없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진하고 깊은 국물. |
면 |
★★★★☆ |
제자리에서 묵묵히 중용을 지키고 있지만, 좀 더 주장이 강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 |
사이드 |
★★★★★ |
전혀 부족함이 없다. 반찬으로 나오는 김치가 의문이 들지만 안 먹으면 되니깐. |
기타 |
★★★★★ |
고객 배려, 위치, 분위기 등 부족한 점이 없다. |
총평 |
★★★★☆ |
막상 점수를 내고보니, 가장 좋아하는 을지면옥보다 높다. 평양냉면의 아이콘이라 할 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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