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옥 역삼점
어느 날 저녁으로 평가옥에 다녀왔다. 저녁을 먹고 아주 힘내서 마무리 할 일이 있었다. 냉면을 먹으면 딱 원기가 충전되어 최고의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장 가까운 곳이 평가옥이었다. 평가옥은 잠실이나 신논현에서 종종 갔었다. 닭 고명이 올라가 독특했다는 특징이 있었다. 그런데 비교적 지점이 많아서인지 가장 가까울 때가 아니면 계속 우선순위가 밀려서 그렇게 많이 가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분명 맛있고 자신만의 색깔이 강하다. 게다가 봉피양만큼 지점의 맛 관리가 잘 되어있다. 사실 본점은 안 가봐서 본점 대비 얼마만큼 맛의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모른다. 다음 번에 정자동에 갈 일이 생기면 가봐야겠다.
메뉴를 보면 역시나 이북음식 전문점이다. 어복쟁반이 메인요리라 할 수 있겠다. 어복쟁반의 어복은 소 뱃살, 즉 우복의 사투리임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그 외 우래옥처럼 불고기도 판다. 만두전골, 국수전골 등도 있다. 여느 평양냉면집이 그렇듯이 수육과 편육, 즉 삶은 소고기와 돼지고기도 판다. 그리고 만두와 평양냉면. 특이점은 빈대떡을 판다. 빈대떡, 편육, 김치를 평가옥의 삼합이라고 이름붙여 팔고 있다.
평가옥의 냉면 상차림. 냉면, 김치, 무절임으로 여느 평양냉면집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딱 알맞은 반찬들. 아쉬운 점은 면수 제공이 안 된다는 것. 특히나 저녁 시간에 방문해서 비교적 음식 나오는 시간이 늦어지면 그 아쉬움이 더 크다. 홀짝홀짝 마시면서 기다리는 느낌이 좋은데.
1. 국물
국물은 평가옥 냉면의 가장 큰 장점이다. 대개 평양냉면 육수는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조합하여 낸다. 그런데 여기는 닭이 들어간다. 평가옥에 따르면 소, 돼지, 꿩 육수를 조합하는 게 본래의 평양냉면이라고 한다. 사실 꿩이라 하면 저 함경도 평안도 이런 데에서 자주 먹었을 것 같지만, 뭐 이북의 냉면이라고 넓게 보면 그럴 만하다. 북한은 안 가봤지만 뭔가 충분히 꿩이 소 돼지보다 흔할 테니. 꿩 고기가 구하기 힘드니 여기선 닭 육수를 대신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간단해 보이지만 자그마치 세 가지 육수의 콤비네이션..!
여튼 국물 맛은 굉장히 좋다. 의정부 계열, 장충동 계열 등 서울 평양냉면의 두 메인스트림과는 확실히 차이가 나는 개성있는 맛과 비주얼이다. 대개 소와 돼지 두 가지로 충족되지 못하는 무언가 비어있던 맛을 닭이 채워줘서 더 단단하고 밀도있는 맛이다. 이걸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긴 하다. 그러나 비교적 평양냉면 특유의 밍밍함은 덜 하고, 두 가지 육수보다 균형잡힌 듯한 맛이다. 분명 자기 색깔이 있고 주장이 확실한 국물.
2. 면
일반적인 평양냉면의 면발보다 좀 더 쫄깃쫄깃하다. 툭툭 끊어지는 느낌은 덜하다. 그러나 가위없이 먹기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 개인적으론 면발의 툭툭 느낌을 좋아해서 비교적 선호도는 떨어진다. 그러나 좀 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냉면의 식감에 가까워서 아직 평양냉면에 익숙치 않다면 보다 친숙할 지도.
3. 사이드(반찬, 고명, 면수 등)
평가옥의 가장 두드러지는 포인트는 역시 저 빨갛게 무친 닭 고명이다. 닭가슴살을 딱 한 점만 올려준다. 저거 꽤 맛있다. 근데 닭 육수의 비중이 적은 건지, 딱히 닭 수육은 팔지도 않으면서 한 점 밖에 안 올려준다. 양념이 되어있어서 많이 올리면 맛을 해칠 것같기도 하지만. 육수 내고 난 닭고기들은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다.
김치와 무절임도 맛있는 편에 속한다. 특히 빨갛고 시큼한 김치는 평양냉면에 뭔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썩 나쁘지 않다. 그래도 냉면과 같이 먹기보다는 편육, 수육과 먹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정말 편육, 수육에 딱 맞는 적절한 시큼함이다. 무절임은 사실 무+배추절임이다. 이거 맛있다. 무는 무대로 맛있고 배추는 배추대로 맛있다. 고기 고명을 김치와 무절임 배추절임 한 점 씩 같이 집어서 먹는 게 평가옥의 하이라이트라 생각된다.
4. 기타(분위기, 교통 등)
평가옥의 장점은 봉피양과 같다. 어느 지점에서나 한결같은 맛과 분위기. 매장 관리가 굉장히 잘 된다. 잠실, 역삼, 신논현 세 군데 가본 것 같은데 다 비슷비슷하다. 이번에 내부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밖에서 보이는 저 느낌 그대로다. 봉피양보다는 비교적 덜 고급스러운 느낌이라 편하기도 하고. 교통도 대개 역세권이다. 지점이 꽤 많아서 서울 어디에 있든 즐기기 쉬운 곳이다.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장점.
잘 먹었다.
국물 |
★★★★★ |
자기 표현이 확실한 맛, 어느 지점에서나 균일한 맛으로 충분히 훌륭한 국물. |
면 |
★★★ |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평가. 좀 더 메밀 비중이 높아 향이 풍부하고 잘 끊겼으면 어땠을까 |
사이드 |
★★★★ |
반찬도 고명도 부족할 게 없다. 다만 면수가 없어서 아쉽다. |
기타 |
★★★★★ |
교통, 분위기, 서비스 등 외적으로 나무랄 것 없다. |
총평 |
★★★★☆ |
대중적이면서도 개성있고, 편하게 먹기 좋은 식당이란 점에서 내 가치와 잘 맞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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