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 주말에 학회 알럼나이 선배님들의 홈커밍파티에 초대되어 고속터미널 JW 매리어트에 갔다. 선배님들 덕분에 적은 돈만 내고 좋은 곳에서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먹고, 여러 업종에 진출해 계신 분들께 유용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같이 활동했던 친구들도 오랜만에 보고. 사실 이건 고등어초밥, 그것도 간사이식 오시즈시 포스팅의 인트로다.
저녁 모임에 가기 전, 시간이 많이 남아 미리 카페에 가있었다. 공부를 좀 하다가 신세계백화점 구경을 했다. 난 패션관보다는 식품관 구경이 더 재밌다. 지하 1층을 쭉 돌아보고 있다가 백화점 식품관에는 이르지 않나 싶은 음식을 발견했다. 사바 오시즈시. 사바는 일본어로 고등어다. 고등어는 쉽게 상해서 보통 초절임을 해서 먹는데 이걸 시메사바라고 부른다. 난 이 시메사바를 엄청 좋아한다. 하지만 비싸고 접하기 힘든 음식이라 쉽게 먹지는 못한다. 오시즈시는 누름초밥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스시는 니기리 스시, 번역하면 쥠 초밥이다. 어릴 적 미스터 초밥왕에서 본 기억을 살리면 오사카 등 간사이 지방에서는 오시즈시라는 초밥이 있다고 한다. 사실 이게 더 초밥의 원형에 가까운 형태라고 한다.
여기서는 사바 보우즈시라고 쓰여있었다. 보우즈시는 쳐보니 봉초밥이라고 나오는데, 해당 상호를 가진 초밥집이 많아서 정확한 개념을 찾을 수는 없었다. 다만 시메사바에만 보우즈시라는 이름이 붙던데, 시메사바 오시즈시를 보우즈시라고 부르나보다 추측할 뿐이다. 이걸 그 날 당일은 못 먹고 그 다음 주에 들러서 사먹었다.
8피스의 두꺼운 고등어 누름초밥과 레몬, 생강이 들어있다. 간장과 생와사비는 별도로 준다. 가격은 2만 5천원. 마감 세일해서 2만 3천원이다. 백화점에서 테이크아웃 하는 것 치고는 비싼 건가 싶기도 하고, 적절한 것 같기도 하고, 싼 것 같기도 하고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렇게 다양한 곳에서 많이 먹어본 음식은 아니라. 하지만 반값도 안 하는 지라시스시와 한참 고민을 할 때 아주머니가 적극 추천하셔서 역시 이걸 먹어야지 하고 샀다. 그리고 대만족.
일단 때깔이 너무 곱다. 그리고 너무 맛있었다. 정말 너무 맛있었다. 나는 산미를 매우 좋아한다. 식초에 절인 고등어는 정말 산뜻함과 기름짐, 담백함과 중후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아주 모순적이고 환상적인 음식이다. 예전에 시청 쪽에서 먹었던 얇은 시메사바와는 달리 아주 두툼하다. 저 식초 때문이 표면이 살짝 익은 고등어살, 적절히 간이 배인 초밥 모두 너무 좋다. 취향 때문에 레몬즙을 뿌려도 먹었는데 내 입맛엔 그것도 너무 맛있지만 아까워서 많이 고민했다. 한 6:2 정도로 레몬을 안 뿌리고, 뿌리고 먹었다. 오시즈시 제작 방식 때문인지 와사비는 안 들어있어서 별도로 얹어먹었다. 상관없다. 내 취향껏 조절할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안타깝게도 다른 고등어초밥을 많이 먹어본 적이 없어서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다음 번에 또 강남 신세계백화점에 가면 분명 또 사올 것이다. 한번쯤은 거기 지라시를 먹어보고 싶은데, 자연스럽게 사바스시를 사올 것 같다. 고등어 말고 모듬 오시즈시도 있었는데 우선은 일부러 다양하게 먹어볼까 싶기도 한다. 근데 그래놓고 또 사바 사올 지도.
추가로 정보를 알아보니 삼성동 포스코 건물 쪽에 본점이 위치해 있다고 한다. 다음에 꼭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취업을 하고 여유가 생기면, 종종 들를 곳이라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내 입맛 기준이고 비교도 힘들다. 그치만 더 낫고 덜 낫고 그런 거 따지는 건 내 스타일 아니기도 하고, 충분히 가볼 만 하고 앞으로도 계속 방문할 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점점 다양한 초밥이 들어와서 여기보다 더 좋은 오시즈시를 만나게 되는 날이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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