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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밥

[신촌] 신촌수제비 :: 4000원에 양 많은 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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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을 그닥 자주 가지는 않는다. 일단 멀다. 올해 멍청하게도 얼굴에 살짝 화상을 입었다. 입 바로 옆이라 걱정이 쓰여서 화상전문병원을 알아봤다. 집 가까운데 한 군데 있긴 했으나 큰 화상을 입은 사람들이 우선이라 나랑은 맞지 않았다. 신촌에 있는 한 피부과가 화상 전문이고, 흉도 안 남게 잘 신경써주는 것 같았다. 우리 집은 신천, 신촌은 같은 2호선이지만 정확히 반대편에 위치해 있다. 멀다.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은 꼬박꼬박 가야했다.


혼밥을 자주 하긴 하는데, 신촌에서 딱히 맛있는 집이 없었다. 신촌 맛집이라고 하는 곳 중에 맘에 드는 데가 어째 하나도 없었다. 그냥 돌아다니다가 신촌역 바로 근처에서 딱 봐도 맛있게 생겼다 싶은 집이 보였다. 바로 신촌수제비.


신촌수제비 외관


일단 내가 외관이 생각하는 맛집의 기준에 너무 적합했다. 적당히 낡고 오래되었으나 관리가 잘 되어있는 집.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수제비를 넉넉히 주고 배고프면 더 줘서 오랜 시간 동안 연세대 고학생들의 배를 채워준 집처럼 생겼다. 그냥 외관에서 본 느낌이다.


신촌수제비 비주얼


딱히 엄청 맛있는 수제비집이라거나 그건 아니다. 국물도 살짝 밍밍한 편. 호박과 당근 고명 조금 올라가 있다. 수제비도 그냥 수제비다. 그닥 쫀득쫀득하지도 않다. 수제비는 역시 대치동 은마 상가 지하의 산월수제비를 못 이기긴 하는데, 다른 동네 수제비도 못 이길 맛이다. 근데 묘하게 땡긴다. 내가 수제비를 원래 좋아하긴 하는데 신촌에서 혼자 밥 먹으면 2번 중에 1번은 이 집에 가는 것 같다. 1번은 그냥 저번에도 먹었으니 또 먹기 그래서 가는 정도?


신촌수제비 깍두기


기본 찬은 김치와 단무지가 전부다. 김치는 식탁에 있어서 양껏 퍼가면 되고 단무지는 따로 주신다. 그리고 다데기가 있는데 안 먹어봤다. 김치도 그냥저냥 심심해서 맛있다. 근데 수제비가 슴슴하니 김치라도 좀 간이 빡 들어가 있으면 좋을 텐데 같이 심심하다. 밥 나오기 전에 김치만 집어먹기에는 좋다. 적당히 달달하다.


신촌수제비 단무지


희한하게 단무지랑 먹는 게 더 맛있다. 사실 단무지랑 먹으면 맛있다는 건 맛이 별로 없다는 얘기인데 보통.. 싱겁다고 해야하나. 단무지가 안 어울리는 음식이 거의 없다만, 그냥 단무지 자체의 MSG 때문이라. 


전반적인 평은 희한하게 맛은 그닥 없는데 계속 찾게 되는 집. 누군가에겐 추억의 식당일지도 모르겠다. 학창시절에 공부하다가 배고플 때 가서 먹고 오는? 물론 그러기엔 학교 앞에서 거리가 좀 멀다만. 내가 연세대를 안 다녀봐서 잘은 모르겠다. 쓰고보니 그닥 좋은 말은 못했는데, 가볼 만 하다. 양도 의외로 많다. 먹어도 먹어도 수제비가 쉽게 줄지 않는다. 물론 줄긴 준다.



신촌역 2번 출구 나와서 바로 좌회전 하면 골목에 있다. 그 옆에 잔치국수 파는 집도 꽤나 비슷한 부류의 집처럼 보였다. 한 번 가볼까 했는데 계속 수제비집으로 들어가서.. 아, 메뉴는 수제비와 김밥이 전부다. 정말 맛집의 기준을 많이도 충족시키지만 정작 음식 자체는 그닥인 희한한 식당이었다. 다음 번에 산월수제비나 한 번 오랜만에 들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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